#1.
그녀는 바쁘다. 그제 만난 그와의 두 번째 만남이다.
무슨 옷을 입을 지 어제부터 고민했지만, 아직도 정하지 못했다.
‘난 당신의 눈빛을 보면 이상하게 차분해져요’라는 그의 말이 아직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지만, 마음은 분주하기만 하다.
‘오늘은 특별하니까 아끼는 클러치백’
클러치를 손에 감고 거울을 다시 들여다 본다.

#1.
그녀는 샤워를 끝내고, 화장대 앞에 앉아 머리를 말린다.
분주하게 화장을 끝내고, 립스틱으로 마무리를 하면서 그녀는 생각한다. ‘오늘 원피스를 입을까?’
결국 셔츠에 숏팬츠, 니트 가디건을 걸친 후, 늘 그렇듯 가방을 고른다.
오늘은 가볍게 손에 감기는 노란색 클러치백으로 마무리.
주섬주섬 가벼운 화장품들과 매일 가지고 다니는 소지품들, 카드지갑, 키홀더, 휴대폰을 넣는다.
오늘따라 소지품이 너무 많다. ‘어떡하지?’
순간 고민할 틈도 없이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이 얼마 안남았다.
불룩해진 백에서 휴대폰을 다시 꺼낸다. 클러치백을 다른 손에 끼고 거울 앞에 서본다.
‘맞다!’. 어제밤 거리에서 구입한 뱅글을 끼고 클러치백을 들어본다. 미소를 짓는다.
서둘러 약속장소를 향해 고고!

#2.
서둘러 약속장소로 향하다 보니, 오늘따라 길이 안막혀 빨리 도착.
주위에서 가볍게 시간을 보내기로 거리를 걷는다.
우연히 마주친 쇼윈도우에서 찍어 뒀던 그 옷을 발견한다.
‘아, 화려하다. 저거 입고 나갈 일이 있을까?’
실용적이지 않지만 눈을 뗄 수가 없다. 패션이 어디 실용적인 것 봤냐며.
진열장을 열고 댄디한 남자점원이 파란색 클러치백을 함계 진열하고 있다.
‘내 취향은 아닌데. 괜찮네.‘
파란 클러치? 남자?

#2.
오늘은 카페라떼.
커피를 사들고 나가서 좀 걸으려했는데 젠장 비가 온다.
“우산 있어?”
“여기서 잠시 기다려. 금방 차 가지고 올께”
….
한 손엔 가방, 한 손엔 커피를 들고 있는 그녀가 쇼윈도우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차문을 열어주니 “Thank you”, 잽싸게 옆자리에 앉아 벨트를 멘다.
극장으로 가는 내내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계속 이어지는 메시지 수신음이 귀에 거슬린다.
“미안, 친구가 자꾸 뭘 물어보네.”
오늘 따라 그녀의 클러치백이 자꾸 눈에 밟힌다.
사실 그렇게 궁금한 건 없는데도 말이다.

#3.
로맨틱한 식사.
사실 처음 와본 곳은 아니다.
몇 년전 그와 방문한 기억이 잠시 스쳐간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건 날카로웠던 결말 때문에 기억을 통째로 지워버렸기 때문이리라.
그렇지만 난 이곳이 처음이다. 왜냐면 너처럼 그럴듯한 녀석이 앞에 있으니까.
깍듯한 매너. 어눌한 말투위로 그의 낮고 굵은, 그렇지만 흔들리는 목소리가 좋다.
긴장하는 것 같은데, 적극적으로 덤벼볼까나?
오늘은 눈빛으로만 쓰다듬어줄까?

#3.
그녀와의 식사.
한참 수다를 나누던 그녀가 친구의 메세지를 받고 자리를 비운다.
“잠시만, 미안.”
휴대폰을 들고 나간 그녀의 빈 자리엔 지퍼가 열린 클러치백이 놓여있다.
지퍼 틈으로 보이는 립글로즈와 키홀더.
평소엔 관심없이 지나쳤던 그녀의 가방 속이 매우 궁금하다.
저 안의 물건들로 그녀의 페르소나를 그려본다.
묘한 상상을 하고 있는 동안 그녀가 미소를 머금고 들어온다.
“혼자 뭐하는 데 웃고 있어? 예쁜 여자라도 지나갔어?”
“아. 아냐. 네가 젤 예뻐.” ‘얘 오늘 왜 이러니?…’
‘맨날 닭살은?ㅋㅋ 넌 그게 매력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친절하잖아’
“이제 집에 갈꺼지?”
“글쎄……”

글/Purple Zeb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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