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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거짓말

“좋았어?” 아직 채 잦아들지 않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가 말했다. 부디 잘못들은 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못 들은 척 눈을 감으려는데 또 다시 들리는 그의 목소리. “좋았어?” 여태껏 안 물어보나 했더니, 그도 결국 이 질문을 하지 않고는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응, 좋았어” 내 대답도 간결했다. 액션신을 앞두고 여러 번 합을 맞춰 본 배우들처럼 아주 자연스럽고도 매끄러운 질문과 답이 오고 갔다. 내 대답에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팔베개를 해준다.

“좋았어?”라고 물으면 “좋았어”라는 대답이 모범 답안처럼 따라 나온다. 사실 그것 말곤 선택지가 없다. 설사 별로라고 해도 “별로”라고 말할 수도 없다. 질문이 조금 변형되어도 마찬가지다. “누가 제일 좋았어?”라고 물어도 여기선 한 가지 대답만 가능하다.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조금이라도 답변에 버퍼링이 걸리면 후폭풍은 정말이지 감당하기 힘들 테니까. 혹은 정말 솔직하게 대답한답시고 “다르게 좋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남자친구의 이런 질문에는 모범 답안을 말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 애드리브도 삼가는 게 좋다. 실제 대화에선 Ctrl+Z 따위가 먹히지 않으니까.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헬게이트가 열리는 수도 있다.

그와 사귄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가 예전 남자친구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몇 명을 사귀었는지, 어떤 사람과 어떻게 만나고 헤어졌는지가 궁금한 것 같았다. 나는 실제로 사귀었던 것보다 더 적은 수의 남자친구를 사귀었다고 얘기했고, 그들과의 연애는 대체로 별로였다고 말했다. 혼자 있을 때 떠올리면 아련한 기억들도 있지만, 그에게는 시종일관 무심한 어조로 이야기 했다. 사실 과거의 연애가 모조리 별로였던 건 아니었으므로 나는 내 과거에 대해 온통 거짓 이야기만 늘어놓은 셈이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완전히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단지 좋았던 기억들은 빼고, 헤어질 때쯤의 감상만을 이야기 했을 뿐이니까.

남자친구에게 숨겨야 하는 일들이 있어서 그랬던 건 아니다. 나에겐 대단한 과거도, 도저히 말할 수 없는 비밀 같은 것도 없다. 다만, 알게 돼 봤자 실체 없는 대상에 대한 질투만이 남을 뿐, 모르면 모를수록 서로에게 좋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나도 그의 과거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의 과거가 들어 있는 상자를 열면 대체 무엇이 있을지, 상상만으로도 감당이 안 되고 질투로 얼굴이 화끈거린다. 하지만 묻지 않기로 했다. 과거의 기억에 대한 서술이 상세하면 상세할수록 우린 서로의 얼굴에 과거의 그림자가 겹쳐 보여 쓸데없이 짜증을 내기만 할 것이다. 나는 현재의 사랑을, 지금에 와서는 아무 소용이 없는 과거로부터 분리해서 지키기 위해 거짓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거짓말은 그와의 사랑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었다.

오늘은 그가 지나가다 봐둔 곳이 있다며 내가 좋아할 것 같아 같이 와보고 싶었다고 한 카페로 나를 데려갔다. 공교롭게도 예전 남자친구랑 온 적이 있는 곳이었다. 내심 당황했지만 처음 와본 척 연기를 했다. 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와 내가 공유하게 될 장소에 쓸데없이 과거의 그림자가 불쑥 끼어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여기 자주 오게 될 것 같은데, 그 때마다 그가 불편한 기억을 떠올리는 건 싫으니까.

지금 내게 전부인 현재의 사랑에 아무런 의미도 없어져버린 과거가 불쑥 쳐들어와 훼방 놓는 꼴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몇 번의 연애를 통해 배운 게 있다면 바로 이런 거다. 서로를 만나기 이전의 일들은 감추면 감출수록 더 좋다는 것. 때로는 솔직한 게 독이 된다는 것. 적당한 거짓말이 열 가지 사실보다 유효할 때도 있다는 것. 사랑을 지키고 싶어서 나는 오늘 또 그에게 거짓말을 한다.

글/김희성(프리랜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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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Ni 1st Mini Album; Clutch Bag
하이니의 1st Album; Clutch B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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